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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6 16:28
제목 [중부매일] 개헌 논의와 국민의 안전권 [세상의 눈]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작성자 NCEM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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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1
2017.08.27 16:51


때로는 세상 일이 순리대로만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자칫 수단이 목적으로 되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목적을 수단시하기도 함으로써 불행한 일들이 생겨나기도 하며, 선후가 뒤바뀌어 혼돈의 상태에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무슨 일이든 할 때는, 목적과 수단을 따져야 하거나 선후관계를 짚어보아야만 한다. 재난상황에서도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선후관계나 목적과 수단의 전도현상이 발생한다.

재난 피해를 복구하는 경우,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 앞에서도, 도로, 교량, 학교 등 공공시설물 복구가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상 재난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중소상공인 이재민이나 트럭 소유자 이재민은 법령이나 규정, 지침 등이 없기 때문에 지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그것이다. 사실 법령이나 규정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해 만든 것임에도 말이다. 최근에 개헌과 관련한 사회 각계의 노력을 보면, 이 역시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아무런 힘도 없는 국민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던 이 나라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오로지 촛불 하나씩 들고 모였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적어도 그렇게 지켜내고 살려낸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에서 우선순위가 흐트러지거나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국회는 물론이고 정당이나 정부, 각종 이해관계 집단이나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들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개헌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내용을 보면, 좀 더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로 선후관계를 따지면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의 개헌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따르면, 각계 전문가 64.9%가 헌법에 수도 규정을 신설해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호하는 정부형태는 대통령제가 48.1%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혼합형 41.7%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개헌 논의 과정에서는 권력이나 통치 체제와 관련된 부분이 대단히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권력 구조나 통치 체제가 왜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간 생명 존중', '인간의 존엄성 존중', '인간의 근본적 권리 존중'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보장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 채,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권력이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국민들이 자유, 평등,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좋은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형태나 통치 체제가 논의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궁극의 가치와 철학이 빠진 채 논의되는 개헌 논의는 위험한 것이다.

자유. 평등. 행복. 아름답고 멋있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본권을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누리고 있었는가? 지난 세월동안 노동권은 얼마나 보장되어왔으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많았는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인 의식주를 보장받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국민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보고, 앞으로 이를 철저하게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개헌 과정에서 있어야 한다.


특히,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인 안전권은 헌법 개정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안전은 더 이상 국가가 시혜적으로 제공해주는 정부 서비스가 아니다.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명권, 각종 기본권을 향유하기에 앞서서 먼저 보장되어야만 하는 근본적 권리라는 점을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 근본적 권리를 존중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위기관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인류의 안전이다. 불행하게도 현행 헌법은 우리의 안전권을 선택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헌법은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재난, 폭력,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누리는 것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

중부매일 jb@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