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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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6 16:27
제목 [중부매일] 위기관리 학습 시스템과 일본으로부터의 교훈 [세상의 눈]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작성자 NCEM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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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2
2017.08.02 15:11



학습은 경험의 결과로 행태의 영속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의 대형 재난이나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정부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정책을 바꾸었다면, 이 또한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가뭄이나 해마다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반복적으로 당해왔다면, 이는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학습 시스템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먹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들 재료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배우려면 배울 재료가 있어야 한다.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쳐야 더 좋은 상태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판단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새로운 개선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개선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이 개선인지, 현상유지인지, 개악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달성하려는 바람직한 상태를 목표라고 한다면, 우리는 먼저 도달하고 싶은 바람직한 상태를 정의해야 하는 한편,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과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의 수준 사이의 격차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일본 간사이 지역에 있는 고베시, 교토시, 오사카시로 국제위기관리학워크숍을 다녀왔다.

1995년 간사이 지역에서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지도 벌써 22년이 흘렀다. 지난 22년 동안 일본은 꾸준히 변함없는 자세로 위기관리 학습 시스템을 가동해왔고, 지금도 개선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고베시에 있는 관세이가쿠잉대학은 대지진으로 인해 학생 10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재해부흥제도연구소'를 설립하고 대지진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피해지역을 다시 부흥하게 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소 설립을 통해 외부 연구기금을 따오는데만 관심이 있는 국내 대학과는 다른 자세다. 외부 연구기금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어느 나라의 대학이나 모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지니는 접근방법과 철학은 천박하다. 선진국일수록 대학이 지역사회에 대해 느끼는 사회적 책무성의 수준이 강하고 이를 위한 자기부담 수준이 대단히 크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연구기금을 유치하고 있다.

둘째,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역시 자체 조직에 위기관리센터나 위기관리실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재난이나 사고 등에 대해 대비하고 훈련하고 있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피해자 중에서 자기 집을 갖고 있던 사람은 30% 미만이었고, 약 70%는 연 수입이 300만엔 미만이었으며, 재해부흥공영주택에 있는 피해자의 고령화율은 42.9%였다. 그리고 2004년 10월 23일에 발생한 진도 7의 지진에서 사망한 사람의 23.5%만이 지진으로 인한 직접사망자였고, 76.5%는 지진관련사망자였다고 분석하였다. 재난상황에서도 이러한 통계자료들을 만들고 분석·활용함으로써 매우 적실성있는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셋째, 민간 시민사회와 정부가 진지한 자세로 재난관리의 문제점을 함께 찾고 개선안을 함께 마련해오고 있었다. 이런 공동노력은 몇 년 전 도쿄의 아카사카에 있는 내각부를 방문했을 때도 목격하였다. 당시 대규모 태풍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지방정부 공무원들, 그리고 내각부의 위기관리담당 공무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는 광경이었다. 피해가 컸던 원인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며,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무슨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고, 시민단체는 재난피해자 지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다. 재난이 끝나면 특별재난피해지역선포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도록 부탁하기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으로서 해야 할 모든 책무를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쓰럽게 생각된다. 실제로는 특별재난지역선포가 되더라도 별다른 혜택이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불쌍한 것은 국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한 대형재난 상황에서 허둥지둥대면서 현장대응기관이나 부하공무원에게 피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평소에 차분하게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과거의 경험과 이웃 자치단체의 재난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위기관리 학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것이 일본으로부터의 교훈이다.

중부매일 jb@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