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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5 10:47
제목 [중부매일] 올해가 대한민국 안전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작성자 NCEM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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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7

2018.01.04 19:32


[세상의 눈]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새해 첫 날에 있었던 일이다.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고 새해 소원을 담은 문자를 주고받는 평화로운 휴일 낮에 밖으로 나갔다. 집 근처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내버스가 신호등 앞 차량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전체를 가로 막고 서는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시내버스는 한 치도 비켜서거나 움직이지 않았고, 운전기사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면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에 속이 울렁거렸다.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달리는 시내버스가 우리 가족과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 자체가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도대체 이 도시의 안전을 지키는 시장이나 공무원들은 대중교통 운수회사의 안전관리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은 해보는지, 허구 헌 날 바쁘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면서 저녁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누굴 만나고 다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 연말에 들려온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소식은 아득함을 넘어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구제불능의 사회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하였다. 위험 대물림 사회를 넘어서 구제불능의 사회라고 치부하고 더 이상의 개선이나 발전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사회가 정말로 막장사회로 넘어가게 될까 두려워서 그 무서운 생각을 중단하고 싶을 정도다. 참사가 발생해서 스물아홉 명에게서 천금 같은 생명을 앗아간 지 불과 며칠 만에, 바로 그 길에서 찍은 이중 주정차 차량들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았다. 어떤 이론이나 어떤 모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괴이한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 그 도시를 관리하는 사람들, 그 지역을 지나가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안전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과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사랑하며,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뛰고, 함께 숨 쉬며, 함께 웃고 우는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보살펴주고 지켜줘야 마땅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안전 수칙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안전운전 매뉴얼은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승강장에 제대로 서고, 승객들을 제대로 태우고, 신호등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사장은 있는지 궁금하다. 또 청주시나 충북도, 경찰이나 소방도 마찬가지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수많은 나 역시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적폐 청산은 못된 짓을 저지른 나쁜 정치인들이나 고위관료들, 그리고 왜곡되고 굴절된 제도에 대해서만 해서는 안 된다.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폐들이 얼마나 많은가. 채용이나 승진은 물론 건축 및 건설이나 온갖 이해관계와 관련된 부정과 부패, 현장에서의 부조리한 관행, 지키기 힘든 비합리적인 규정, 이해하기 어렵고 수긍할 수 없는 결정들이 결국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명을 빼앗아가기 마련이다. 성수대교 붕괴(1994), 상품백화점 붕괴(1995),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2007), 세월호 참사(2014), 메르스 사태(2015),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2017)는 과거의 재난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재난이다. 어쩌면 2018년에도 계속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올해는 제발 우리 사회의 안전 정책, 안전 제도, 안전 문화가 변해야 한다. 그것도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첫째,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안전에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새롭게 뽑아야 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다른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을 데려다놓고 일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안전과 위기관리를 왜 해야 하는지 하는 가치와 철학으로부터 업무 수행의 전문성을 길러줘야 한다. 공무원들이 재난관리나 안전관리 분야에서 제대로 공부한 석사학위 없으니 일을 찾아서 하기는커녕, 쓸데없는 거드름이나 피우고 잔소리나 해대는 것이다. 둘째,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제도를 갖춰야 한다. 제도라고 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같은 법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제도, 즉 관행이나 관습까지 포함해서 우리 스스로 안전을 찾는 문화까지도 제도에 포함해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올해가 대한민국 안전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중부매일  jb@jbnews.com